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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로, 다이아몬드로… 페트병의 변신
폐플라스틱 ‘새활용’ 길 여는 과학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연간 소비하는 페트병(PET)은 연간 50억 개가 넘는다. 하지만 높은 재활용 비용으로 인해 폐페트병의 재활용 비율은 50%가 채 되지 않는다. 절반 이상의 페트병은 쓰레기로 버려져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골칫덩이 폐플라스틱을 청정에너지인 수소와 값진 귀금속 등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햇빛 이용해 플라스틱을 수소로
물질이 다른 물질로 효율적으로 변신하기 위해서는 촉매가 필요하다. 촉매는 화학산업에서 일종의 감초 역할을 한다. 특히, 백금(Pt)을 비롯한 귀금속계 촉매는 좋은 성능을 내는 감초 중의 감초다. 하지만 비싼 가격으로 인해 산업적 규모에 적용했을 때 경제성이 떨어진다. 게다가 반응 조건에 따라 금속 원자들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해져 성능을 온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원자 하나하나가 모두 개별적으로 분산된 원자 분산 촉매가 각광받고 있다. 모든 백금 원자가 반응에 참여하면 촉매의 활용도가 극대화된다. 즉, 적은 양의 귀금속만 사용해 가격은 저렴해지면서 성능은 좋아진다. 원자 분산 촉매는 지지체의 표면에 금속 원자를 고정한 형태다. 기존 합성법은 고온‧고압의 조건이나 복잡한 합성 과정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 연구팀은 전기에너지나 열에너지 투입 없이 태양빛만을 이용해 상온에서 원자 분산 촉매를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이산화티타늄처럼 쉽게 구할 수 있는 상용 산화물을 지지체로 활용했다. 산화물 내부에는 산소가 빠져나가며 생긴 일종의 구멍(산소 결함)이 있다. 연구진은 산화물에 태양 빛을 조사해 내부 산소 결함을 표면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표면에 노출된 산소 결함을 금속의 결합 자리로 이용했다. 바둑판의 교차점에 바둑알을 놓듯, 금속 촉매들을 지지체의 표면에 균일하게 결합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빛을 이용해 수소를 발생시키는 반응에서 새롭게 합성한 원자 분산 백금-이산화티타늄 촉매의 성능을 평가했다. 1g의 촉매를 사용했을 때 1시간에 3.7L의 수소를 발생시키는 세계 최고 효율을 보였다.
이어 플라스틱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반응에도 적용했다. 플라스틱을 수산화칼륨 용액에 녹인 뒤 촉매를 투입했다. 개발된 촉매는 40시간 동안 98%의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전환하는 성능을 나타냈다. 기존 가장 성능이 우수하다고 보고된 촉매보다 10배 이상 높은 성능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5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실렸다.
쓰레기가 보석으로 탈바꿈
페트병을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도 있다. 이 연구는 독일 로스토크대 연구진은 천왕성과 해왕성에 ‘다이아몬드 비’가 내린다는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과정에서 나왔다. 다이아몬드 비는 물과 메탄 등으로 이뤄진 행성 표면 1만 km 아래에서는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가 생성되고, 비가 내리듯 내부로 가라앉는 현상이다. 2017년 연구진은 천왕성 및 해왕성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소와 탄소 혼합물로 이뤄진 플라스틱에 약 4700℃의 온도와 대기압 백만 배의 압력을 가했다. 그랬더니, 플라스틱에서 수소가 떨어지고 남은 탄소 원자들이 다이아몬드 구조로 조립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2022년에는 수소와 탄소뿐만 아니라 산소도 있는 행성의 환경을 더 유사하게 묘사하기 위해 화학적 구성이 더 비슷한 페트를 활용해 후속 연구를 진행했다. 3200~5800℃의 열과 대기압 70~100만 배의 압력을 주었을 때 다이아몬드가 형성됐다. 연구를 이끈 도미니크 클라우스 교수는 “산소가 탄소와 수소의 분리를 도와 남겨진 탄소 원자의 결합을 쉽게 해 다이아몬드 형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우주 환경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기초과학 연구지만, 산업 파급력도 높다. 페트병의 변신은 의료 장비나 양자 센서 등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필요로 하는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다이아몬드 덩어리를 깨뜨려 나노 크기의 다이아몬드를 만들어왔다. 그만큼 크기나 모양이 제각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플라스틱을 고온·고압에서 처리해 만드는 방식은 목적에 맞춰 맞춤식 제작이 가능하다. 환경오염을 해결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산업에 활용하는 일석이조의 기술인 셈이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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