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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뒤덮인 도시에 몰려든 사람들 본문
꽃으로 뒤덮인 도시에 몰려든 사람들
과테말라 안티구아 꽃 축제의 진풍경
축제를 위해 밤을 새우는 도시, 안티구아
여전히 사람들로 가득한 과테말라 안티구아의 도심으로 나섰다. 온 도시가 꽃향기로 가득했다. '꽃축제(Festival de las Flores)' 때문이다.
루이스 캐럴의 아동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주제로 한 올해의 꽃축제는 11월 16일과 17일, 주말이었다. 이 '꽃축제'는 2017년 처음 시작되어 2019년에 11월을 '꽃의 달(el Mes de las Flores)로 선언함으로써 본격적으로 활성화되었다. 3회 때인 2019년의 <어린왕자>를 주제로 한 것을 시작으로 테마축제로 전환했다. 도심은 모든 도로의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거리와 집들은 생화로 장식된다.
안티구아는 건기(11월 - 4월)와 우기(5월 - 10월)로 나누어지지만 해발 고도 1,500미터의 고산지대에 위치해 있어 연평균 기후가 약 23도 내외인 만큼 사계절 꽃이 피는 곳이기도 하다. 이보다 꽃축제가 더 잘 어울릴 곳을 찾기는 쉽지 않을 듯 싶다.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1979년 등재)인 이 도시의 관광 활성화와 지역 경제의 촉진에 꽃축제가 촉매가 될 것이라는 점을 이 지역의 젊은 기업가 그룹이 주목한 것이다. 꽃의 색채는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도시의 이미지와도 잘 부합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꽃축제는 플로리스트뿐만 아니라 음악가, 화가, 사진작가, 전시기획자, 조각가, 연극배우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밤의 거리는 온통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음날 축제 개막에 맞추기 위해 꽃 장식을 위해 밤을 새우는 플로리스트와 예술가 및 축제에 동참하는 회사원들과 가족들, 이 경이로운 작업들을 지켜보기 위해 다른 도시에서 몰려온 사람들이다. 밤의 거리를 거니는 우리는 도시가 아니라 큰 화원 속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꽃설치물로 기업의 이미지 노출
나는 축제가 시작된 아침부터 끝날 때 까지 이틀 동안 도시의 곳곳을 누볐다. 아마, 안티구아에 도착한 이래 가장 분주했던 이틀이었지 싶다. 내 인생에 꽃이 궁금해 그렇게 바쁜 시간이 올지는 몰랐다. 사실은 꽃보다 이 도시의 '꽃축제(Festival de las Flores)' 자체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었다.
이 축제가 애초의 기획의도에 부합한 결과를 내고 있는가가 제일 궁금했다. '축제'가 워낙 남발되고 있는 세계 각국의 추세 속에서 이 축제도 용두사미의 전철을 밟고 있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더불어 축제 전날, 밤을 새워 설치를 하던 꽃 장식들이 어떻게 완성되었고 그것이 방문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시에서는 공원과 공공장소의 꽃장식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기업과 개인 가게에서 자신들의 비용으로 꽃 설치를 했다. 기업에서는 주어진 주제 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장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치물에 회사 이름을 넣거나 홍보하고자 하는 QR 코드를 노출한다.
동서와 남북 각각 다섯 블록씩의 행사장인 도심에 있는 회사나 가게는 자신의 가게를 직접 장식하거나 차량이 통제된 가게 앞의 도로에 설치 작품을 진행했다. 한 인공암벽장을 운영하는 회사는 시청 앞에 설치물을 만들어 축제의 주제를 실현하면서 한 면에 암장을 표현해서 회사를 홍보했다.
가난한 병자들을 무료로 치료하고 빈민 노인과 어린이를 돌보는 '페드로 형제의 사회사업재단(Obras Sociales del Santo Hermano Pedro)'은 평소 일반인에게는 출입이 불가능했던 병원(Hospital de San Pedro)의 중정을 꽃으로 장식하고 개방했다. 회랑은 벼룩시장 셀러들에게 제공하고 수익의 일부를 병원에 기부하도록 했다.
병원 성당(Iglesia Santo Hermano Pedro de San José Betancur) 앞에는 노란색 성당을 배경으로 한 꽃 아치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사람들로 긴 줄이 만들어졌다. 지난밤, 밤을 새워 아치를 만들던 병원 직원들의 노고가 긴 줄로 보상이 될 만했다.
과테말라의 각 지역을 연결하는 화려한 색상의 치킨 버스 한 대가 도심 거리를 가로막고 주차되어 있었다. 그 의문의 답은 밤새 화려한 꽃차로 바뀌어 전후좌우 모든 면에서 사진을 찍고자 하는 군중들로 에워싸인 모습이 있었다.
아침 일찍 빵을 구워 유명 호텔의 문 앞 도로변에 낡은 자동차를 세우고 자동차 트렁크를 판매대로 사용하던 자동차노점빵가게 부부의 차도 꽃으로 장식되었다. 덕분에 자동차가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할 수 있는 예외를 적용받았다.
옥가공회사인 제이드마야는 뛰어난 감각으로 가게의 파사드를 장식해 감각이 더 중요한 젊은 사람들을 줄 세우는데 성공했다.
도시는 만원
MUNAG(Museo Nacional de Arte de Guatemala 과테말라 국립 박물관) 앞에서는 플로럴 마켓이 열렸다. 이는 지역 화훼농가나 소규모로 꽃을 키우는 사람들에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직거래 장터로서의 역할을 했다. 농산물이 주를 이루는 과테말라의 수출품은 커피, 바나나, 사탕수수 등이 주를 이루지만 꽃 수출 또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되는 장미, 국화, 백합 등의 주요 생산지가 안티구아이다.
올해로 8회를 맞은 꽃축제는 이미 국내외에 알려져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오는 방문객들로 도시는 만원이었다. 가족단위에의 방문객 위주로 호텔들의 객실 예약이 일찌감치 마감되었다. 우리 부부가 묵는 호스텔에는 마당에 텐트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거리에는 자동차로 4시간이 넘는 케찰테낭고(Quetzaltenango)에서 온 가족부터 미국과 캐나다, 엘살바도르와 코스타리카에서 온 사람, 카리브제도의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사람까지 다양했다. 방문자들은 각자 인생 샷을 찍기 위해 자신들의 특별한 의상과 장신구들로 성장을 하고 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꽃장식외에도 콘서트, 퍼포먼스, 꽃테마패션쇼, 요리 워크숍, 식용꽃 요리대회,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로 풍요로워진 이 축제는 과테말라 전역에서 Semana Santa(성주간) 다음의 큰 축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수없이 많은 사진을 찍어서 SNS를 장식하는 바이럴 콘텐츠가 되었다. 이 축제가 일찍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 잡는 데는 이 바이럴 마케팅이 큰 역할을 한 셈이다.
축제의 성공은 자발성과 창의성
사실 이 축제의 더더 큰 성공 요인은 이 모든 것들이 돌출되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진 젊은 기획자들의 제안에 귀 기울이고 그들에게 많은 재량을 부여한 시의 자세이지 싶다.
애초 민간의 기획으로 시작된 이 축제에서 시는 방문객의 차량이 도심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대신 외곽에 충분한 주차장을 확보하고 임시 셔틀을 운명하는 등 교통대책을 새우고 24시간 청소 차량을 순회토록 하는 등, 시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충실함으로써 오히려 창의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꽃축제 현장에서 의상과 화관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데 열중인 시민과 방문객들의 모습들을 통해 꽃 자체가 축하와 위로의 사랑 언어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도시를 뒤덮은 꽃으로 11월은 안티구아의 가장 아름다운 달이 되었다. 이 기간에 맞추어 결혼식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꽃 속의 사람들 또한 꽃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모티프원의 홈페이지에도 실립니다.
이안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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