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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미소’ 79년 만에 고국 나들이…반가사유상에 비견한 국보급 본문
‘백제의 미소’ 79년 만에 고국 나들이…반가사유상에 비견한 국보급
한반도 불상 최고걸작 백제금동관음상
호암 불교미술 기획전에 극적으로 출품 성사돼
가장 아름다운 백제의 미소가 고국 땅에 돌아왔다.
한반도의 고대불상 가운데 반가사유상과 더불어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일본 개인소장·이하 백제관음상)이 1945년 해방 때 반출된 지 79년 만에 고국 땅에 돌아와 국내 관객들과 만난다.
삼성문화재단 산하 호암미술관은 오는 27일 시작하는 불교미술 기획전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의 개막에 앞서 25일 오전 언론설명회를 열어 전시장에 출품작으로 나온 백제관음상을 공개했다.
7세기 전반이나 중엽에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백제관음상은 1층 1부 2섹션 전시실의 들머리에 나왔다. 높이 28㎝로, 머리에 보관을 쓰고 왼손에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아리따운 자태로 서 있는 정교한 불상이다. 자비로운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표정과 어깨·허리 등을 살짝 비튼 삼곡 자세, 천의를 상반신에 두르고 구슬장식(영락)을 걸친 모습 등이 백제 불교미술의 정점에 오를만한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국내 학계에서는 국보 반가사유상, 국보 백제금동대향로와 맞먹는 명품으로 평가해왔다.
1907년 백제 고도 사비성이 있던 충남 부여 규암리 밭에서 한 농부가 솥에 담긴 상태로 발견했다고 전해지는 이 불상은 1922년 대구에 살던 일본인 의사 이치다 지로에게 팔려 1929년 대구에서 열린 신라예술품전람회에 이 불상을 포함한 소장품들을 선보인 것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개적인 전시가 되지 않았다. 해방 직후 이치다가 품에 넣고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국내 전시장에 공개된 것은 95년 만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불상은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았다는 화이불치(華而不侈)의 미덕으로 흔히 이야기되는 백제 조형예술의 최고 절정을 보여주는 불상으로 꼽힌다. 백제 불상은 7세기 북제·수나라· 당나라 양식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고 우아한 몸체의 양감을 표현하는 단계로 발전하게 되는데, 호암에 전시될 백제관음상은 이런 발전 과정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일본에 남아있는 한반도 불상은 약 150여구 정도로, 이들 가운데 국적 및 출토지, 이전 경위, 소장내력이 정확하게 알려진 불상은 이 백제관음상이 거의 유일하다. 청동 녹이 많이 슬기는 했으나 도금된 상태나 불상의 표면의 세부 등이 여전히 잘 남아있다.
이치다 지로는 1970년대 그가 죽을 때까지 백제관음상을 극소수의 지인 말고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으나, 지난 2018년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최응천 현 문화재청장과 정은우 동아대 교수가 일본 도쿄에서 다른 수장가의 수중에 들어간 불상을 실견하고 조사하면서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를 한겨레가 단독보도(2018년 6월4일치 1면)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이 현지 실사단을 보내 진품임을 확인하고 문화재청이 환수협상에 나섰다. 하지만 감정평가액의 차이가 커서 매입 협상은 넉달 만에 결렬됐고 작품이 다시 묻혔던 내력을 지니고 있다.
삼성 재단 쪽은 2년 전 기획전 준비를 시작할 때부터 이 작품을 전시작 후보로 올리고 관계자 교섭을 시도했으나 계속 닿지 않다가 전시 개막을 앞두고 올해 초 실무자와 접촉이 성사돼 소장자의 대여 허가를 얻어 한달 전에 미술관에 작품을 반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암미술관의 한 관계자는 “애초 소장자와 연결 자체가 되지 않았는데, 막판에 기적적으로 연락선이 생겼고 소장자도 흔쾌히 대여에 응해 전시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진흙에…’ 전은 여성과 동아시아 불교미술의 관계를 세계 최초로 조명하는 미술사 기획전으로 백제 관음상을 포함해 세계 각지에 흩어진 불교미술 걸작품 92건을 6월16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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