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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소풍: 아무 때나 가볍게 (책소개)

creamkj 2023. 7. 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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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소풍: 아무 때나 가볍게

김서울 저 | 마티 |

 

책소개

전통과 유물에 대한 톡톡 튀는 관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김서울의 박물관 에세이. 박물관 소풍이 취미이자 특기인 저자가 1362,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국공립 박물관 10곳을 소개한다.

 

리뷰

심심할 땐 박물관

전통과 유물에 대한 톡톡 튀는 관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은 김서울의 네 번째 에세이 박물관 소풍이 출간되었다. 역사적, 예술적 가치의 무게 때문에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던 유물들에 귀엽다라고 평하는 상큼한 도발을 보여준 첫 책 유물즈2016년 열린 아트북페어 언리미티드에디션에서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고, 색다른 취향을 찾아 헤매는 젊은 층이 모인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전통에 대한 연재물을 엮은 뮤지엄 서울(2020) 또한 각별한 관심 속에 출간되었다. 곧이어 선보인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2021)은 고리타분한 조선시대 궁궐들에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많은 이를 궁으로 불러들였다. 박물관 소풍은 전작들의 연장선에서 독자들을 박물관으로 이끈다.

 

박물관 소풍이 취미이자 특기

김서울의 안내가 시작됩니다

저자는 박물관을 수시로 드나들며 유물을 오래 들여다보는 꼼꼼한 이용자인 한편,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만끽하며 박물관 의자에 앉아 졸기도 하는 엉성한 이용자다. 무엇보다 실내 전시실 관람은 기본이고, 야외 전시장, 벤치와 소파, 카페, 천창으로 쏟아지는 햇살까지 무람없이 즐기는 만렙이용자다. 박물관 공간 자체를 알뜰살뜰 이용하는 그는 국립중앙박물관 2층 불교회화실의 구석 자리에서 피로를 풀고, 서울역사박물관 카페에서 업무 미팅을 한다. 전통회화 전공자이자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인 저자의 역량은 박물관과 유물을 풍성하게 즐기게 하는 데에 크게 한몫한다. 이 책에서 그는 틈틈이 나무배와 같은 수침 목재를 썩히지 않고 보존하는 법이나 산산조각 난 청자를 복원한 흔적 등을 짚어준다. 그로써 독자들은 역설적으로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들이 실은 오래전 누군가의 손을 타던 물건이었음을, 불사의 존재이기 전에 쓸모를 다한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1362일 개관, 무료입장

아무 때나 가볍게

국공립 박물관은 추석, 설날, 신정을 제외하고 1년 내내 문을 여는 데다 무료 입장을 고수한다(일부 기획 전시는 유료). 저자가 적잖은 박물관 가운데 전국 8도의 대표 국공립 박물관 10곳을 추린 이유다. 누구에게나, 사시사철 개방된 국공립 박물관의 매력은 문턱이 낮다는 데에 있다. 저자는 재료와 형태가 비슷한 유물도 어느 박물관에 있느냐에 따라 유물의 낯빛이 달라진다고 말한다. 그 빛깔은 누가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고 저자는 믿는다. 유물 안내문에서 잠시 시선을 들어 오감을 열고 유물을 감상해보자. 감흥이 없는 유물 앞은 무심히 지나가도 좋다. 그것이야말로 저자가 적극 권하는 바이다.

 

로고부터 유물 발굴 현장 소식까지

박물관의 사연도 들려드려요

박물관에 빠져들었던 초반에는 유물 하나하나에 시선을 두었던 저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박물관 자체로 관심을 확장한다. 이를 세심히 따라가다 보면, 마을 하나가 옹기종기 모인 듯한 지붕을 얹고 있다는 진주박물관의 건축이 궁금해지고, 광화문의 랜드마크를 바랐지만 최악의 건물이 되어버린 민속박물관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익산박물관이 로고 통일 정책에 굴하지 않고 미륵사지 서탑을 본뜬 로고를 채택한 사연이 서탑이 품고 있었던 보물들의 사연과 만나 흥미를 배가시킨다.

유물 발굴 현장 이야기 또한 박물관 소풍의 흥취를 끌어올린다. 광주박물관이 소장한 신안해저유물에 담긴 도굴꾼과의 전쟁, 춘천박물관의 자랑거리인 오백나한상이 우연히 발견된 일 등은 박물관 안내문에서조차 쉽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다. 무언가를 기필코 배우겠다는 비장함은 하나 없고, 슬리퍼를 끌고 마실을 나가 박물관이 사는 이야기를 이것저것 듣고 와 전해주는 듯한 소탈함이 책의 재미를 돋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지도 앱을 켜고, 습관처럼 하는 즐겨찾기 별표 목록에 박물관 몇 개를 무심히 추가하게 될 것이다.

 

국공립 박물관 10

골라 가는 재미

-국립경주박물관 #경주 자체가 박물관 #신라의 보고 #박물관만 5#골굴사 #모전석탑 #장항리 사지 #대릉원 #데이비드총

-국립광주박물관 #도자기 #신안해저유물 #도굴과 발굴 사이

-국립대구박물관 #섬유의 도시 #복식 특화 #동네 주민들의 놀이터

-국립민속박물관 #놀이와 노동의 역사 #수집가의 열성 #서울의 랜드마크를 꿈꾼 최악의 건물

-국립익산박물관 #2020년 생 #막내 #미륵사지 #서탑의 국보

-국립제주박물관 #바람이 지배하는 섬 #표류기 #조선시대 유배 명소 #유배형의 괴로움

-국립중앙박물관 #휴식처 #불교회화실 구석 #괘불 #사유의 방

-국립진주박물관 #화력 조선 #임진왜란 특화 #동아시아 7년 전쟁 #비격진천뢰 #김수근

-국립춘천박물관 #오백나한상 #중도 무문 토기 #레고랜드와 한반도 고대 유적

-서울역사박물관 #도시박물관 #시간여행 #부지를 둘러싼 다이내믹

 

주말과 휴가와 방학에 필요한 것

지도, 달력, 그리고 박물관 소풍

박물관 소풍을 떠나는 길이 지루하지 않도록 책을 알차게 구성했다. 각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고화질 이미지와 함께 김서울 특유의 재치 있는 감상평을 곁들인 시원시원한 유물 화보가 뮤지엄 퍼티그에 버금가는 독서 피로를 물리쳐준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박물관을 지탱하는 고고학자, 학예사, 보존처리 전문가, 시설 관리 노동자들에 대한 칼럼과 뮤지엄이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나뉜 사정에 대해 간략히 정리한 칼럼은 박물관의 속사정에 한걸음 다가서게 한다. 그리고 책 말미에 실린 김서울의 동선을 따라간다면, 앞으로 올 주말과 휴가와 방학이 심심할 일은 없을 것이다. 당장 달력과 지도, 박물관 소풍을 놓고 계획을 짜보자.

 

 

출처 -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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