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자마자 끝난 ‘순삭 휴가’, 이유가 있다?

 시작하자마자 끝난 ‘순삭 휴가’, 이유가 있다?

 

 

사람마다 시간에 대한 주관적, 심리적 길이 달라…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다가왔다. 바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은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도움이 된다. 실제로 휴가 후에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증가하는 ‘휴가 효과’를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꿀맛 휴가는 늘 아쉽다. 휴가를 기다릴 땐 느리게 흐르던 시간이 정작 휴가 기간에는 빠르게 지나버려서 마치 ‘순삭 마법’을 보는 듯하다. 왜 휴가는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걸까.

 

 

 

 

‘순삭’ 휴가? 즐거웠기 때문

휴가가 빠르게 지나버렸다고 느껴진다면 즐거운 휴가를 보냈다고 생각하면 된다.

사람은 시간을 빠르게 혹은 느리게도 의식할 수 있다. 물론 시·분·초, 일·월·년 등과 같이 기계로 측정 가능한 물리적 시간이 동일하다는 전제에서다. 이를 심리적 시간(psychological time)이라고 부르는데, 일정 기간에 일어난 여러 가지 사건들을 뇌가 어떻게 해석하고 처리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느끼는 것을 말한다.

미국의 아동심리학자 샘(N. Sam) 박사는 자신의 저서에서 “일반적으로 심리적 시간의 흐름은 기분이나 감정에 의해 인식된다. 예컨대 지루함은 시간 감각을 늘리고, 흥분은 시간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이터에서 땀을 쭉 빼면서 노는 아이와, 그 아이를 기다리는 부모를 예로 들었다. 이들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했지만, 아이는 ‘조금밖에’ 놀지 못했다고 하고 부모는 ‘오래’ 놀았다고 느낀다. 샘 박사는 이들의 합의되지 않는 시간지각은 심리적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람이 느끼는 심리적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실험도 있다.

오하이오주립대학교 마케팅 로지틱스 연구팀은 ‘주말 상상’ 실험을 시행했다. 451명의 온라인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주말에 대한 기대감을 예상하고, 현시점을 기준으로 주말의 시작과 주말의 종료를 수치로 표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신나는 주말을 예상한 사람은 주말의 시작을 멀게, 주말의 끝을 가깝게 표시해 ‘짧은 주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끔찍한 주말을 떠올린 사람은 주말의 시작은 가깝지만, 느리게 끝나는 것으로 느껴 그들에게 유독 ‘긴 주말’을 예상케 했다.

셀린 맬콕(Selin Malkoc) 오하이오주립대학교 교수는 “미래의 긍정적인 일은 느리게 다가오고, 부정적인 일은 빠르게 닥쳐오는 것처럼 느낀다. 또, 즐거운 순간은 휙 지나가 버린다고 느끼기 때문에, 이런 심리대로라면 휴가는 시작되는 즉시 끝나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시간을 인지하는 방법

지구상에 모든 생물은 외부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시간’과 관계를 맺는다.

먼저, 생체시계(circadian clock)는 생명체에게 가장 기본이 되는 시간지각이다. 모든 생물은 외부환경을 감각 기관과 뇌의 작용을 통해 인식하고 세포구조를 움직이는 매커니즘을 갖는다. 보통은 지구의 자전 주기에 의해 생기는 약 24시간의 주기적 리듬에 따라 수면-활동, 체온 변화, 섭식, 대사 등의 생리적, 생화학적, 행동학적 현상이 일어나며, 이를 서카디안 리듬(Circadian rhythm)이라고 칭한다.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유전학자 제프리 홀(Jeffrey C. Hall) 교수, 마이클 로스바시(Michael Rosbash) 교수,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교수 등 3인은 이 서카디안 리듬을 연구해 생체시계의 비밀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심리적 시간은 감각기관과 뇌의 작용을 통해서 시간을 심리적으로 지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온전히 감각기관에 의존하기 보다는 정보의 종합에 의해 일어나고, 매우 주관적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개인의 주관적인 경험이 기억과정에서 시간지각에 대한 매커니즘을 변화시켜서 작업 기억력과 의사결정 등 괌범위한 심리적 부분에 변형을 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동일한 시간이 주어져도 경험에 따라 길이와 감정은 각각 다르게 의식된다.

댄 자카이(Dan Zakay) 이스라엘대학교 학제간연구 센터장은 “심리적 시간은 주관적이고 비선형적이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과의 대응은 불완전하다.”고 저서 심리적 시간(Psychological Time)에서 밝혔다. 하지만 ‘일정 시간’은 불변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그 기간 내에 발생하는 사건에 따라 심리적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휴가가 ‘느리게’ 흐르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흐르는 그 자체를 의식하거나 휴가 후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마인드 컨트롤하면 어떨까.

 

 

김현정 리포터   vegastar0707@gmail.com

[사이언스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