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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어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1화 : 중학교와는 다른 고등 국어의 실체 본문
2025년부터 고교 학점제가 전면 실시되고 ‘2022 교육과정’에 따라 2028 수능 및 입시가 변화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학생 개별 교육과정이 도입돼 학부모와 학생이 교육과정을 이해해야 하고, 고교 공통과목 외에 절대평가를 도입하여 참여형 수업과 논술·서술형 평가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2028 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초·중등 학생과 학부모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하고 고민해야 할까요? 특히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길을 찾기 어렵다는 고등학교 국어 수업과 시험의 실제는 어떤 모습일까요?
“고등학교 국어, 어떻게 다르길래?”
입시와 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라면 중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던 학생이 고등학교 입학 후 국어가 4등급이 되었다거나 왜 국어는 공부해도 등급이 안 오르는지 모르겠다는 등 주위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내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주어야 하나 고민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중학교 1등이 고등학교에서 4등급이 되는 이유. 학부모와 학생들은 그 이유를 모르지만 교사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대체 고등학교 국어는 어떻게 다르기에 중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국어 교과에서 고전하는 것일까요?
국어의 배신
고등학교 국어의 학습 목표와 성취 기준은 중학교에서 이미 기본 개념을 습득한 내용을 전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당연히 텍스트와 출제 수준이 확 달라집니다.
시 수업을 예로 들면, 중학교에서는 한 시간에 ‘말하는 이’를 배우지만 고등학교에서는 텍스트로 주어진 작품의 화자, 청자, 표현법, 작가, 비평 관점, 주제, 상징성, 배경 등을 모두 탐구합니다.
갑자기 달라진 수업의 속도와 밀도, 어려워진 개념어에 학생들은 ‘국어의 배신’을 경험합니다. 영어, 수학과 달리 만만한 과목이었던 국어가 가장 대책이 안 서는 복병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물론 고1 첫 수업 때는 학습지나 PPT로 기본 개념과 표현법 등을 복습해 주지만 중학교처럼 모든 학생이 이해하도록 일일이 배려해 줄 수는 없기에 부족한 것은 학생 스스로가 학습해야 합니다.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중학교 과정 복습만 하며 고등학교 진도를 미룰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내신 시험도 수능형
중학교와 큰 차이 중 하나는 내신 시험도 수능형으로 출제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어 교과는 거의 대부분 교과서 외 지문을 활용하여 출제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욱 어렵습니다.
중학교에서 익혀 와야 할 개념 학습이 덜 된 상태에서 갑자기 모든 교과의 학습량은 너무나 많아진 데다, 국어에서마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문제 유형을 만납니다. 열심히 달달 외운 것들은 하나도 출제되지 않으니 좌절할 수밖에 없지요.
이런 과정을 거치며 상당수 학생이 국어를 어려운 과목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여태껏 국어는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여기던 학생들조차 국어 학원을 고민하게 되는 것이지요.
현실은 ‘문제 풀이 노동’
많은 학생이 고1 첫 지필고사를 보고 국어 학원에 등록합니다. 그러면 그 많은 학생은 모두 성적이 오를까요? L 교사는 안타깝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하다고 답합니다.
“왜 공부해도 국어 성적은 오르지 않을까?”
교사들은 단편적인 암기와 문제 풀이로는 고득점을 얻을 수 없는 것이 국어 교과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맹목적 필기와 암기가 아니라 ‘스스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내용 학습’과 ‘그 내용과 개념을 연계시키고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는 기능 학습’, 그리고 이 둘을 가능하게 하는 ‘어휘력’과 ‘문해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내신 문제조차 수능형으로 출제하는 고등학교 문제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완전한 문장’ 자체도 어색한데 하물며…
교사들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학생들이 글자로 정보를 습득하고 글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꼽습니다.
특히, 지금 10대는 한 공간에 나란히 앉아서도 카톡이나 SNS로 대화를 나누는 문화에서 성장해 짧은 토막글로 하는 의사소통에 익숙하기 때문에 ‘완전한 문장’으로 쓰는 글을 매우 힘들어하며, 심지어 문장으로 되어 있는 글을 읽는 것도 불편해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국어책이든 무엇이든 ‘읽는’ 것 자체를 힘든 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유·초등학생 때부터 태블릿으로 학습하고 영상 미디어에 과하게 노출된 아이들에겐 당연한 일일지 모르지만, 글자와 문장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면 ‘책으로 시작해서 시험지로 끝나는 고등학교 공부’가 쉬울 리 없다는 것입니다.
모의고사에서 시간이 부족하다는 학생들 역시 대부분 읽으며 정보를 수용하는 것에 서툴다는 이야기도 덧붙이면서 말이죠.
이미지만 읽는 세대
글자를 모르면 ‘문맹’이라고 하는데 글자를 아는데도 글자가 주는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수도권 대학 익명 채팅방에 올라온 글을 예로 들었습니다.
한 게시글에 ‘***편의점 ### 아이스크림 먹어봐라. 2천원인데 ○○보다 낫다’라는 제목과 그 편의점에서 판다는 아이스크림 사진이 올라왔는데 그 아래로 달린 댓글이 놀랍다는 것입니다.
‘아, 맛있겠다 얼마예요?’, ‘어디서 팔아요?’, ‘아이스크림 이름이 뭐예요?’ 등등 제목에 다 나와 있는 정보를 연이어 질문하는 대학생들. 국어 교사들은 단지 성급함의 문제가 아니라, 글자로 주어진 정보를 무시하고 이미지만 읽으려는 무서운 습관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대학생들조차 활자보다 이미지 정보에만 의존하여 사고하고 반응하는데 더 어린 학생들은 어떨까요? 이미 이미지 정보에 익숙해져서 그것으로만 정보를 얻고 싶어 하는 아이들. 그래서 읽기를 강요하는 국어 교과는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교사들은 요즘 여기저기서 ‘문해력’, ‘문해력’ 외치며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읽기 자체를 힘들어하는데 문해력이니 텍스트의 유기적 이해니 하는 것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합니다.
꼭 국어뿐 아니라 타 교과 수행평가에서도 책 읽기가 힘들어진 아이들은 유튜브 요약본 검색에 바쁘고, 그 결과 교사는 교과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에 개별화해서 써줄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는 부실한 결과물만 있다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내 아이는 어떨까?
교사들은 많은 학부모가 자기 아이의 언어 습관과 언어 이해, 표현 능력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합니다.
특히 초등학생도 고등학생도 집 밖에서 하는 말의 대부분에 줄임말과 욕이 감탄사나 쉼표처럼 들어가는데 부모님은 잘 모르시거나 과장된 우려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욕은 그만두고라도 ‘다정공 그 잡채’, ‘킹받네’, ‘개존맛’으로 의사소통을 이어가던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한다고 해서 수업을 이해할 어휘력과 문해력이 갑자기 생겨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편집부가 만난 교사들은 이 점을 가장 안타깝게 여겼습니다. 아이들의 언어 습관과 함께 장기간 무관심 속에 잊혀진 국어 교과 핵심학습역량은 이미 고등학생이 된 뒤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키우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국어 공부 잘하게 해준다는 이 핵심학습역량은 무엇일까요?
국어 성적을 올려주는 핵심학습역량이란?
국어 교과도 문제 풀이가 필요하고 수업 내용이 이해가 안 되는 수준이라면 학원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교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있는 학습 내용과 범위는 한계가 있으므로 수능 고득점을 목표로 하는 학생은 별도로 공부할 기회를 제공받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그러나 내신도 수능도 학습 내용을 그대로 암기하였는지 확인하는 문제를 출제하지는 않으며 수행 평가 역시 학습 내용을 어떻게 내재화하여 자신만의 관점으로 표현하는지를 평가하기 때문에, 어떤 평가에서든 고득점을 얻고 싶다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국어에 필요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핵심학습역량’을 먼저 갖추어야 합니다.
핵심학습역량이란 별게 아닙니다. 국어 수업과 평가를 이해하고 소화하기에 무리가 없는 기본기. 단지 그것인데 그것을 제대로 갖추기 힘든 세대들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테니스나 탁구 같은 것도 기본 체력이 없다면 그 어떤 고급 레슨을 받아도 게임을 하기 힘들 듯이 고등학교 국어 수업과 평가를 감당해낼 기본 체력이 바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의 핵심학습역량이라는 것이죠.
국어교사들은 ‘기본적인 어휘력과 사고력을 갖춘 상태에서 읽고 쓰기에 두려움이 없고, 상대의 말을 듣고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정리하여 말할 줄 안다면 두께 3cm짜리 문제집을 풀지 않아도 시험이 두렵지 않을 것’이라 말합니다.
텍스트를 차근차근 이해한 후에 문제 유형을 알기 위해 전국연합학력고사 기출 문제와 단원 평가 한 두 회 정도만 풀어도 아이들의 머릿속에선 그 핵심학습역량들이 알아서 척척 열심히 일해서 정보를 무한히 재조직하고 유추하며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는 설명이었습니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 능력, 시험지의 문제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읽어낼 수 있는 능력. 교사들은 그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출처-한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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