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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국어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2화 : 국어 성적 올려주는 핵심학습역량 어떻게 기를까? 본문
현직 국어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2화 : 국어 성적 올려주는 핵심학습역량 어떻게 기를까?
“국어 교과 핵심학습역량, 왜 중요할까?”
국어 교사들은 단지 국어 교과의 성취도를 올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와 2022 교육과정 개편으로 고교 전 과정에서 국어 교과 핵심 역량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강조합니다.
이 중 공통 과목과 일반 선택 과목은 수능 출제 대상이므로 학생 대부분이 필수로 선택할 것이며, 전체 교과목의 명칭만으로도 ‘읽기, 쓰기’ 역량을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국어 교과에서 ‘읽기, 쓰기’가 강조되는 이유는 달라지는 교육과정 전체의 방향성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이미 내신의 절대평가 일부 도입은 물론 수능에서도 향후 절대평가와 서술형·논술형 도입을 논의 중인 것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입니다. 또한 최근 교육청마다 앞다투어 도입하는 ‘IB(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으로 서술형, 논술형이 확대·심화될 전망입니다.
게다가 대학에선 절대평가 대비로 변별력 있는 학생 선발을 위해 논술 전형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며, 여전히 비중 높은 수시에서도 전 교과에 걸쳐 ‘읽기, 말하기, 쓰기, 듣기’의 국어과 학습 역량이 더욱 필요해질 것입니다.
특히 학생부의 봉사, 수상, 대외 활동, 자율동아리 등이 반영되지 않는 대신 학생부 종합 전형이 지금보다도 더 중요해지며 모든 교과의 수행평가와 개별화 활동에서 국어과 핵심 역량은 기본이 될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문해력’은 전 교과 학업 성취도는 물론 대학과 취업, 사회 생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코딩과 AI가 지배하는 시대에도 국어 교과 핵심역량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어휘력”
"영어 어휘력을 키우는 방법은 세대를 크게 달리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단어장을 가지고 다니며 외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전 우리는 철자를 쓰면서 외웠고 요즘 아이들은 쓰지 않고 머리로만 외워요. 그런데 국어 어휘력은 어떻게 키울까요?"
교사들은 국어를 단어장으로 공부할 리도 없지만, 영어와 달리 국어 단어장은 있어도 팔리지 않을 것이라고 웃습니다. 실제 생각보다 더 심각하게 학생들은 교과서나 일반 도서에 나오는 어휘들을 모릅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그나마 적극적인 학생은 교사에게 바로 질문하지만 자신이 뜻을 찾거나 추측해 볼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답으로 알게 된 뜻은 그 순간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잊혀집니다. 그것이 어휘력과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학습과 연구에 필요한 어휘는 모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의사소통하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국어 어휘를 많이 알아요. 그런데 그 많은 단어를 수능 영어 단어처럼 외워서 국어를 구사하는가 생각해 보면 그렇지가 않죠. 어릴 때 우리가 한국말을 어떻게 배웠는지, 자녀들이 말과 글을 처음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해 보면 알 것입니다. 어휘는 맥락 속에서 습득해야 내 것이 됩니다. 그렇게 완전히 내 소유가 되어 나의 어휘 창고에 들어온 어휘들은 딱 맞는 순간에 저절로 튀어나오고요."
예를 들면 ‘웃프다’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웃픈’ 상황과 함께 우리 뇌리에 입력이 되었을 것입니다. 비슷한 경험이 반복되어 ‘웃프다’는 어휘 창고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겠지요.
그리고 어느 순간 ‘웃픈’ 상황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가 튀어나올 것입니다. ‘외웠으니까 써먹어야지’ 하고 생각했다가 뱉은 것이 아니라 저절로 말입니다. 그리고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거 진짜 웃픈 상황인데?’라고 생각해 본 적 있을 것입니다. 어휘는 말과 생각을 모두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어휘력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휘력과 사고력은 비례합니다. 교사들은 ‘생각은 곧 언어’라며 ‘한국 사람은 한국말로 생각하고 미국 사람은 영어로 생각한다’는 사실을 환기시킵니다.
어휘력이 부족하면 생각의 범위도 하찮고 표현도 한심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이들에게 맛 표현을 시켜보면 알 수 있습니다. ‘개맛있어’, ‘존맛탱’, ‘존맛’ 등의 표현이 가장 흔할 것입니다.
말은 ‘그 사람의 생각’이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아이들의 어휘력에 주목하고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다양하고 교양 있는 어휘를 알아야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동질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사실을 보면 어휘력은 고등학교 국어 성적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의 삶의 질을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맥락 속에서 익혀야 ‘진짜 어휘력’”
그럼 어휘력은 대체 어떻게 키우는 것일까요? 무엇보다 어린 시절부터 양질의 언어 자극을 줄 수 있는 사람과 꾸준하고 충분히 대화해야 하며(부모의 언어 습관이 매우 중요한 이유) 오랜 기간 독서와 토론 등으로 맥락 속에서 어휘를 접할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어른이 된 뒤에 외국어를 배우려면 매우 어렵습니다. 어린 시절 본능적인 요구 사항을 위해 시작했던 의사소통에서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익혔듯이 학습에 필요한 어휘도 마찬가지입니다.
독서 과정에서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내 것’으로 소화해야만 다른 맥락에서도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며,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가용 자원인 어휘력이 되는 것입니다. 때로는 잘 모르는 어휘도 맥락 속에서 적당히 이해되는 경험도 가능할 것입니다.
교사들은 어릴 때부터 조금씩 다양한 어휘를 접하며 활자 어휘에 익숙해지고 활용해 보는 기회를 갖는 것 외에 ‘진짜 어휘력’을 키우는 더 좋은 방법은 없다 말합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절박해진 후 어떤 대가를 치러도 얻을 수 없는 것을 독서 습관으로 이룰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읽고 덮어 버리는 독서가 아닌 ‘양질의 언어와 사고 자극’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어휘력에서 문해력으로”
그렇게 어휘력이 담보되었다면 쉽게 텍스트를 읽고 완전히 이해하는 데 충분할까요? 물론 텍스트의 모든 어휘의 맥락적 의미까지 파악된다면 거의 이해할 수 있겠지요.그런데 학습과 시험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좀 더 고민의 여지가 있습니다.
비문학 지문을 공부한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든 지문 속 단어를 다 아는데도 불구하고 같은 문장, 같은 문단을 줄까지 치면서 여러 번 읽어도 이해가 안 되는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거기서부터 국어 학습의 문해력에 대한 고민이 시작됩니다.
“사고를 깨워주는 적절한 자극이 필요한 이유”
어휘력의 신장이 맥락 속에서 이루어질 때 비로소 가용 자원이 되었듯이 문해력 역시 단순히 혼자서 책만 많이 읽는다고 눈에 띄게 성장하는 역량은 아닙니다.
물론 혼자서라도 책을 많이 읽는다면 텍스트를 이해하는 속도나 지식 습득 및 공감 능력 신장 등의 많은 독서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아동 스스로 독서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거나 독서에서 습득한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볼 기회를 가지기는 쉽지 않으며, 텍스트의 각 부분이 유기적으로 구성된 것을 이해하고 문장을 문장 그대로만 읽는 것이 아니라 작품 내·외적 맥락과 연관 지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것입니다.
독서 후 아동의 독서 경험을 공유해 생각의 물꼬를 터주거나 최소한 새로 습득한 정보나 어휘라도 새겨줄 동지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사들은 그 동지로 부모가 가장 좋다고 강조합니다. 국어 교과 핵심학습능력은 꾸준한 자극과 함께 성장하는 역량이기 때문입니다.
"휴대폰과 유튜브가 아니라 책을 읽는 부모님 아래서 자란 아이들이라면 굳이 문해력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요? 문해력은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읽고 질문하고 답하며 생각을 공유하며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것입니다. 그래야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심지어 시험지를 벗어나 내가 존재하는 시공간의 맥락까지 고려하며 텍스트와 문장을 읽어낼 힘이 생깁니다."
“‘보편적 지식’의 부재, 꾸준한 독서로 대비해야”
고교학점제 전면 실시 후 현 중2 이하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학점은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288시간), 9등급 상대평가 예정인 공통과목(국어, 수학, 영어, 사회, 과학 과목 군)과 체육, 예술, 기술·가정 과목 군을 포함한 필수이수학점 84학점, A~E 5단계 절대평가 예정으로 학생 개인이 선택하는 자율이수학점 90학점까지 총 192학점입니다.
이 중 자율이수학점의 선택과목은 한 과목당 1~4학점이 주어지며 선택의 폭은 상상 이상으로 넓습니다.
교과군으로 보면 국어 9과목, 수학 11과목, 영어 11과목, 사회 19과목(역사/도덕 포함), 과학 15과목이며, ‘체육, 예술, 기술·가정, 정보, 제2외국어와 한문, 교양, 과학계열, 체육계열, 예술계열’에도 각 10과목 이상이 속해 있는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만큼 교과가 많습니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이상의 ‘보통 교과’ 외 과목 명칭만 정리해도 몇 페이지에 해당하는 ‘전문 교과’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게 선택할 수 있도록 어마어마하게 교과목이 많은데, 각 과목마다 교과서도 출판사에 따라 매우 종류가 다양합니다.
이 같은 편제는 국어 학습과 문해력에서 무엇을 의미할까요? 교사들은 ‘보편적 지식의 부재’라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이전에는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졸업자는 모두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알았다면 이젠 어느 선택과목을 했는지, 어느 교과서를 배웠는지에 따라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저 많은 교과 중 한 개인이 이수한 과목보다 이수하지 않은 과목이 절대적으로 많으니 보편적 지식과 상식의 공유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입니다. 보편적 지식을 쌓고 공유하는 것이 쉽지 않다면 고급 문해력을 약속해 주는 ‘머릿속 지적 인프라’는 언제 어떻게 구축할까요? 이 역시 어릴 때부터의 독서만이 답이라고 교사들은 강조합니다.
교육과정이 진로 적합성에 맞추어 전문성을 띤다면 아이들의 독서만큼은 폭 넓게 다양한 분야를 섭렵할 수 있게 준비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장기간 투자해서 얻은 어휘와 지식만이 지적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실제 실력이 되며, 오랜 시간이 지나도 내 것이 되어 언제든 필요할 때 저절로 툭 튀어나오는 핵심학습역량이 되는 것입니다.
“평생 가는 문해력”
지금까지 국어 교과 핵심학습능력의 기본 바탕은 ‘어휘력’과 ‘문해력’이며 이 역량들은 국어 교과뿐 아니라 모든 교과의 학습 능력을 신장시키는 독해 능력이라는 사실을 확인하였습니다.
교사들은 어휘력과 문해력이 다만 국어 성적을 올리는 데 필요한 것이 아니라 평생 가는 인생 역량이라고 말합니다.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은 다릅니다. 대충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아는 것’은 적극성을 가집니다. 막 설명하고 싶고, 더 쉽게 구조화하고…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진짜 알기 때문에 하는 행동이지요. 어휘력과 문해력은 모든 교과에서 ‘아는 척’이 아니고 ‘진짜 아는 것’을 만들어주는 기초적 힘입니다. 그 힘은 평생을 갑니다. 그래서 어휘력과 문해력을 만들어주는 독서 습관이 중요한 거지요."
“AI가 주도하는 시대에도 독서 교육은 유효한가?”
물론입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활자로 된 문화를 버리고 코딩만 하는 세상이 얼마나 일찍 올지는 모르지만 인류 문명과 각 분야 학문의 역사는 그리 쉽게 그 자리를 내어주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기 위해서 인간은 가장 인간다워야 하고 윤리적이어야 하겠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사고력과 공감 능력, 윤리의식은 독서 없이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당장은 우리 아이들이 2028 입시를 준비하려면 독서 교육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요!" 교사들은 다시 한번, 아는 어휘만큼 생각할 수 있다고 환기시켜 줍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교양과 상식을 갖추고 싶다면,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휘력이 풍부해야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맛난 음식을 먹어도 ‘개맛있다’로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서 공감 능력을 기대할 수는 없어요. 공감 능력은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능력이고 AI가 빼앗을 수 없는 영역입니다. 그만큼 어릴 때 습득하는 어휘력은 사회적 소통에도 중요합니다. 사회적 소통 능력이 있는 아이만이 원만한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사회적 소통 능력 역시 어릴 때부터 이루어진 독서 습관이 만들어줍니다."
“노후대비처럼 반드시 필요한 투자라면 -일찍부터 오래오래”
평생을 가는 어휘력과 문해력.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 무엇보다 길러주어야 할 역량입니다. 한 번에 먹고 기운이 샘솟는 보약은 없습니다. 다만 건강하고 좋은 식단으로 매일 꾸준히 먹었던 그 밥이 건강을 지켜줍니다.
마지막으로 교사들은 독서 교육에서 가장 좋지 않은 독은 부모의 조바심이라고 조언합니다. 독서 교육만큼은 평생 습관을 만들어 인생을 바꾸는 중요한 작업이므로 당장 무엇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며 닦달해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독서 교육은 노후대비처럼 일찍부터 오래오래 꾸준히 하라고 조언합니다.
어릴 때부터 적금 넣듯이 독서에 시간을 투자했다면 고등학교 국어와 각종 수행평가, 논술에서 우선 크게 배당금을 받고 정말 큰 선물은 대학 이후에 받는다는 것입니다.
"이르면 이를수록 좋아요.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가난한 노후를 맞겠죠? 뒤늦게 이 복권 저 복권 들고 기적을 바라는 것보다 지금 당장 아이들과 책 읽고 대화하는 거예요. 자꾸 어디가 얼마만큼 성장했는지 확인하려 하지 말고 그냥 아이를 믿고, 인류의 역사가 증명하는 책을 믿고 바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출처-한우리
2023.08.11 - [일상다반사] - 현직 국어 선생님께 물었습니다 1화 : 중학교와는 다른 고등 국어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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