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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자의 체헐리즘] 한국인들만 다 모여 있던, 파리 어느 맛집에서 본문
[한국인들만 다 모여 있던, 파리 어느 맛집에서]
“모처럼 여행이니 실패하기 싫은 마음을 잘 안다. 존중한다. 그래도 지도를 넓혀봤으면 싶다. 잘못든 길이 지도를 만드므로.”
파리에 처음 갔을 때였다. 그곳을 잘 모르니까 검색했다. 비싼 돈 들인 여행 아닌가. 두려웠다. 아무 가게나 들어갔다가 혹시나, 맛없을까봐. 검색했다. 맛집이라며 가게들이 나왔다. 그곳에 갔다. 잠시 뒤 여성 두 명이 들어왔다. 한국인이었다. 커플도 왔다. 한국인이었다. 테이블 몇 개가 한국인들로 꽉 찼다. 장소가 몽마르뜨 근처였나, 하여튼 기억도 안 난다. 맛도 가물가물하다.
거기는 대체 누구의 '선택지'였을까.
앞에서 했던 작은 모험. 실은 그리 대단한 교훈이 담긴 메시지는 없다. 엄청 즐겁기만 하거나 오롯이 재밌는 것도 아녔다. 외려 약간의 불안이 늘 동반됐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았다.
그건 오롯이 '내 선택'이었으므로.
처음 알게 됐다. 선택지가 남들이 다 쫓는 것에만 있지 않단 것을. 나만의 방법도 괜찮단 걸.
[베스트셀러와, 눈에 띄는 자리의 책들도 벗어나 보고]
“서점의 가장 잘 보이는 곳엔, 가장 잘 팔리는 책들이 놓여 있다. 궁금하다. 잘 팔리기 때문에 여기 놓인 건지, 여기 놓여 있어서 잘 팔리는 건지.”
합정 서점에 들어섰다.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엔 베스트셀러 책들이 놓였다. 유명한 것들이라 제목이 익숙했다. 발걸음을 옮길 때, 아주 잘 보이는 곳마다 서점 MD의 추천 책이 놓였다. 평소라면 뒤적거렸겠으나, 그날은 스쳐 지나갔다. 좋은 책은, 숨어 있을 수도 있다며.
책이 잔뜩 꽂힌 벽면에 갔다. ㄱ(기역)부터 ㅎ(히읗)까지 있어 어지러웠다. 불편함을 택하면 또 무언가 있으리라 기대했다. 숨을 고르고 제목을 찬찬히 보았다. 마음에 뭔가 떠오르면 꺼내어 읽었다.
“어찌 보면 불친절한 책장 속 빼곡히 꽂힌 많은 책들. 여기서 정말 진심으로 봐줄 누군가를 기다렸을지도 모를 책들.”
꽤 오래 서점에 머물며 찾아낸 좋은 책의 문장들.
"위로는 반드시 말이 아니라, 어떤 풍경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나에게 위로는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코스모스이고, 할아버지의 주름진 웃음이고, 코스모스 색깔의 가을 하늘이고, 김창완 아저씨의 노래이다."(고수리 - 우리는 달빛에도 걸을 수 있다)
"지금의 인생 옆에 또 하나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 살아가는 것이 편해진다."(이치다 노리코 -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입니다)
"에고는 필사적으로 안전을 원한다. 반면에 영혼은 진정한 삶을 살고 싶어한다. 한 가지 진리는 이것이다. 모험 없이는 진정한 삶을 살 수 없으며, 시련 없이는 깊어질 수 없다는 것."(캐럴 피어슨 - 나는 나)
시간이 오래 걸렸고, 쪼그리고 두리번거리느라 체력이 많이 빠졌으나. 보물을 발견한 듯하여 기뻤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그 카페]
실은 괜찮을까 싶어 여전히 좀 두렵다. 그래서 어느 여행의 기억을 하나 더 꺼내 본다.
어느 여름, 스페인 바르셀로나였다. 맛있다며 찾아간 유명 카페는 휴일이라 닫혀 있었다. 검색하려는데 인터넷이 잘 안 터졌다. 대안이 없는 상태에서 아내와 난 순간 정지됐다. 우린 이미 길을 찾느라, 또 무더위에 지쳐 있었다.
별수 없이 그 옆의 아무 카페나 들어갔다. 안경을 쓴 바리스타가 주문을 받았다. 라떼를 주문해서 마셨다.
검색해도 결과값이 하나도 나오지 않던, 기대 하나 안 했던 그 가게.
그런데 거기가 스페인에서 먹은 커피 중 가장 맛있는 곳이었다.
출처 - 남형도 기자 (human@mt.co.kr)
2023.06.24 - [일상다반사] - [남기자의 체헐리즘] 스타벅스 가서, "제일 안 팔리는 걸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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