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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보다 낫다고?…'친환경' 종이 빨대의 배신
플라스틱보다 탄소 배출량 많고 재활용 힘들어
전문가들 "일회용 빨대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대체품으로 확산 중인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 못지않게 환경에 해롭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환경부가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면서 종이 빨대가 빈 자리를 채우고 있다. 소비자들은 환경을 생각하면서 금방 눅눅해지는 종이 빨대를 쓰고 있지만, 일각에선 플라스틱 빨대 못지않게 환경에 해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에 있는 고객 21명은 모두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취업준비생 김민주(26) 씨는 "(카페 직원이) 종이 빨대를 줘서 사용하고 있다"며 "아메리카노의 시원함도 덜 해지고 종이 맛도 섞여 아쉽다. 그래도 바로 분해될 것 같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모(26)씨는 "종이 빨대가 나와서 환경에 좋은 취지라고 생각했다"며 "빨대를 사용할수록 종이가 눅눅해져서 음료를 마실 때 맛이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사용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빨대가 사라진 배경에는 바다거북이 있다. 해양오염 주범으로 플라스틱이 지목됐다.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해양 동물에게도 위협이 됐다.
지난 2015년 8월 미국 해양생물학 연구팀이 유튜브에 게시한 영상은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결정적이었다. 바다거북의 콧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힌 영상이었다. 피를 흘리며 괴로워하는 바다거북의 모습은 충격을 줬다. 이 영상을 계기로 플라스틱 빨대 사용 자제 움직임이 일었다.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보다 분해가 쉽고 재질이 유연해 동물에게 해를 끼칠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플라스틱 빨대는 부패하는 데 몇 년이 걸리지만 종이 빨대는 매립 시 2~5개월 안에 분해된다. 가격도 개당 35~45원으로 저렴하다.
지난 29일 오전 9시쯤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매장에 있는 손님 21명은 모두 종이 빨대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달리 종이 빨대가 마냥 환경친화적인 것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고 재활용이 안 되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미국환경보호국(EPA)은 종이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 원료인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때보다 5배 많다고 분석했다.
빨대를 폐기하는 단계에서는 종이 빨대가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플라스틱 대체 기술을 연구하는 기업 로리웨어(LOLIWARE)의 기후 책임자 카루나 라나의 미시간공과대학(MTU) 석사 논문에 따르면 일반폐기물 배출 시 에너지 수요량과 지구 온난화 잠재력은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컸다.
재활용도 어렵다. 한 번 사용하면 수분에 눅눅해지고 오염되기 때문이다. 액체에 녹지 않도록 폴리에틸렌(PE) 등으로 코팅되는 경우도 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종이 빨대도 일회용품이라 환경에 좋지 않다"며 "(종이 빨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나무를 베어야 한다. 또 재활용도 안 되고 일반 쓰레기와 같이 매립지로 보내지거나 소각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사람들이) 빨대를 너무 많이 사용한다"며 "(기업은) 빨대를 제공하지 않고 음료 값을 저렴하게 하는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음료도 플라스틱 빨대가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함께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컵에 따라 마시거나 음료 용기를 (빨대가 없이도) 마실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일회용 빨대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일회용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지적한다.
박정음 팀장은 "빨대를 사용하지 않으면 가장 좋지만, 사용하더라도 대나무 빨대나 실리콘 빨대처럼 다회용 빨대를 사용해야 한다"며 "세척하는데 어려움이 있겠지만 매장 내에서는 다회용 빨대를 사용하고 테이크아웃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텀블러를 사용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빨대 자체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도 있다. 대학생 심모(24) 씨는 "자주 가는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종이 빨대를 사용하길래 (종이 빨대로) 음료를 마셨지만 맛이 없었다"며 "빨대 없이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웬만한 음료는 굳이 빨대가 필요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종이 빨대가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취업준비생 김모(26) 씨는 "어떤 종류의 일회용품이라도 사용하면 환경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며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고 가능하면 리유저블 제품을 사용하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출처 - 조소현 기자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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