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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일 줄이야 본문
홍성이 이렇게 재미있는 곳일 줄이야
홍성전통시장
군청 뒷마당에는 안회당이 단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안회당은 지방관인 목사가 근무하던 관청으로 1678년에 세워진 22칸의 목조 기와 건물이다. 안회당이라는 이름은 논어에서 가져왔는데 '노인은 평안하게 모시고 벗은 믿음으로 대하고 아랫사람은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우리 선조들의 사람을 대하는 지혜가 느껴진다.
안회당 안쪽으로 들어서면 아담하고 소박한 여하정이 있다. 홍주 목사의 휴식처로 이용했을 것 같은데 수백 년은 되었음직한 장엄한 고목이 인상적이다.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홍성전통시장은 매월 1일과 6일에 오일장이 선다. 각종 채소와 과일, 축산물, 해산물 등 여느 오일장과 비슷하지만 이곳에는 홍성군이 지정한 장터보물들이 있다. 모두 오랜 역사 이야기를 품고 있는 장소와 물건들로 대교리 석불입상, 모루/나무통, 재봉틀. 홍성천 뿅뿅다리, 홍성천 벽화, 꽃상여, 되/말, 돈궤 등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장소는 모루와 나무통이 있는 홍성대장간. 3대에 걸쳐 10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대장간이고, 1991년에 방영되었던 TV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충남 무형문화재이기도 한 모무회 대장장은 지금도 직접 쇠를 달구고 때려서 농기구들을 만들고 있다.
대장간 화로에서 벌겋게 달궈진 쇳덩이를 집게로 잡고 연신 두드려서 여러 가지 농기구 모양을 만드는데 이때 받침대 역할을 하는 것이 모루이다. 다리미판처럼 생겼는데 한쪽 끝이 뾰족하고, 두 개의 각기 다른 크기의 구멍이 있어 용도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예전에 모루는 쌀을 몇 가마씩 주고 구입할 만큼 고가였다고 한다. 그 옆에는 또 다른 보물 나무통이 있다. 모루에서 다듬어진 쇳덩이를 식힐 때 사용하는 물을 담아 두는 나무로 만든 물통이다. 빨갛게 달구어진 쇳덩어리가 '지지직' 소리를 내면 주변엔 작은 기포까지 올라온다. 오랜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담겨 있는 물건들이다. 예전에는 홍성전통시장에 대장간이 4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홍성대장간 한 곳만 남았다. 홍성대장간은 언제까지 그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자연과 예술이 함께하는 공간, 그림같은수목원
홍성의 숨겨진 힐링장소인 그림같은수목원. 자연의 순수함이 그대로 담뿍 담겨 있다, 2005년에 문을 연 그림같은수목원은 3만 평 정도의 규모에 460여 종의 나무와 879여 종의 식물이 있는 공간이다. 사계절 내내 꽃과 나무를 즐기며 힐링할 수 있는 곳이다. 자연에서 얻은 것은 자연으로 되돌려 준다는 신념으로 한 그루 두 그루 나무를 수집하고 어린 묘목들은 삽목해 30여 년 세월 동안 정성으로 가꾸어서 지금의 수목원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내 집 정원처럼 편안한 수목원의 정문을 들어서자 지휘자님이 반겨준다, 고석용 작가의 철로 만든 작품이다. 수목원 곳곳에 고석용 작가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예술과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작품 중에서 '인생길'이란 작품은 자전거 타고 산을 넘는 모습을 형상화했는데 보는 순간 마치 내 작품처럼 내 마음에 쏙 들어온다.
산책길은 비가 와도 불편하지 않게 보도블록으로 조성되어 있고, 수목원 곳곳에 쉬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많다. 산을 깎아 만든 산책길을 오르다 힘이 들면 깊게 호흡하고 숲의 기운을 몸에 가득 담은 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잠시 바람을 느껴본다. 산을 돌아내려오는 길에는 아담한 분수대도 있고 그 곁으론 졸졸 소리 내며 흐르는 계곡도 있다. 수목원을 크게 한 바퀴 돌았더니 1시간 이상이 훌쩍 지났다.
하늘에서 바라보면 더 아름다운 남당노을전망대
홍성 남당항부터 궁리포구까지 해안선을 따라 만들어진 임해관광도로에서는 홍성의 해안가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이 길은 서해랑길 63코스이기도 하다. 천수만을 곁에 두고 있어서 걷기 좋고 드라이브도 즐길 수 있다. 광활한 천수만 건너엔 죽도와 안면도가 자리하고 붉은 석양이 해수면을 붉게 물들이면 노을 맛집으로 변신한다.
남당항은 대하, 새조개, 넙치, 우럭, 꽃게 등 사시사철 바다 먹거리가 넘쳐난다. 매년 9~10월엔 대하축제, 1~2월엔 새조개 축제로 전국에서 많은 인파가 몰려든다. 특히 천수만 최고의 별미인 새조개는 미식가들을 유혹한다.
남당항 바로 앞에는 죽도가 있다. 배를 타고 15분. 섬에 대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어 죽도라 불린다. 죽도는 천수만에 있는 섬으로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홍성군의 유일한 유인도로 물이 빠지면 섬을 걸어서 돌아볼 수 있다.
바다와 어우러지는 남당노을전망대는 새로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금빛 모래사장이 아름답다. 서해안 뻘이 아니고 동해안 모래도 아니고 딱 걷기 좋은 단단함이 걷는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끝없이 펼쳐진 서해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면 일상의 고단함이 모두 사라진다. 아이들은 모처럼 자유를 만끽하며 맘껏 뛰어놀고, 연인들은 그들만의 속도로 자박자박 걷는다. 서해바다가 주는 편안함을 오롯이 느끼며 힐링하기엔 최고의 명소이다. 바로 내가 찾던 그 장소가 남당노을전망대이다. 여행의 이유를 이곳에서 찾았다. 하늘에서 본 홍성 남당노을전망대의 풍광은 한 장의 그림엽서이다.
속동해안공원은 차박 애호가들 사이에선 입소문이 나있는 명소. 공원에 있는 속동전망대는 작은 배 모양이어서 '타이타닉 전망대'로 불린다. 영화 '타이타닉'을 기억하며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 포인트이다. 이곳에선 안면도의 섬 사이로 떨어지는 환상적인 일몰도 볼 수 있다. 속동전망대에서 작은 무인도 모섬까지는 데크길이 연결되어 있어서 모섬 정상까지 산책이 가능하다. 걸어서 10분이면 바다를 건널 수 있는 신비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천수만 건너편으로 희미하게 간월암도 보인다.
속동전망대 바로 옆에는 2024년 1월 개장을 앞두고 현재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홍성스카이타워가 있다. 높이 65m, 스카이워크 길이가 66m이다. 바라만 보아도 아찔할 정도. 스카이워크엔 체험시설을 도입해 방문객들에게 아찔한 스릴감과 재미를 선물할 것이라고 한다.
한적한 어촌 마을인 궁리포구 앞으로는 광활하게 펼쳐진 갯벌이 평화롭다. 포구에는 고깃배가 수시로 들어와서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고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장이 있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광천불고기
남당항에서 대하를 먹었지만 홍성이 전국에서 유명한 축산지이니 소고기도 먹어봐야 한다. 홍성 광천의 새우젓만큼이나 유명한 홍성한우로 만든 불고기 맛집을 택시기사님이 추천해 주셨다. 바로 '미도식당'이다. 40여 년 세월 동안 이 식당의 주 메뉴는 홍성한우로 만든 불고기이다.
주인장이 직접 육질을 확인한 뒤 고기를 구매한다고 한다. 불고기 조리법도 4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화학조미료는 사용하지 않고 뱅어포 가루를 조미료 대용으로 사용한다. 그래서 달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담백하다. 반찬이 정갈하고 시골음식답게 정성이 담겨 있다. 미도식당의 궁중갈비는 예약을 해야만 먹을 수 있다고 하니 다음 기회를 봐야겠다.
월간산 1월호 기사입니다.
김영미 여행작가
2023.11.07 - [국내여행] -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서울야경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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