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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문’처럼 강력한 태양풍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본문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TMI 과학’
“하강 속도 초속 1m.”
“5, 4, 3, 2, 1 랜딩!”
2029년. 대한민국의 유인 우주 달 탐사선 우리호가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유인 우주선을 달에 착륙시켰다. 3명의 우주인이 함께 지구를 떠나왔지만 강력한 태양풍의 피해를 받아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건 황선우 대원(도경수 분) 뿐. 달의 뒷면에서 얼음 시료를 채취한 기쁜 소식도 잠시. 거대한 유성우가 달을 향해 떨어진다.
2일 개봉한 영화 <더 문>의 설정이다. 영화 더 문은 유인 달 탐사 중 달에 고립된 대원과 그의 무사 귀환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나로우주센터 과학자들의 모습을 담았다. 더 문은 시나리오 작성 단계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등 과학자들의 자문을 통해 달과 우주를 스크린으로 옮겨왔다.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과학지식을 소개한다.
강력한 태양풍은 원자폭탄 10억 개 위력
영화는 태양 흑점 폭발의 여파로 고장 난 우리호를 수리하는 장면으로 본격 시작된다. 태양의 흑점은 대류가 원활하지 않아 에너지가 태양 표면으로 잘 전달되지 않는 부분이다. 흑점에 에너지가 모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을 일으킨다. 그 위력은 폭발 시 방출되는 X선의 세기에 따라 A, B, C, M, X의 5개 등급으로 나타낸다. 가장 약한 A 등급부터 한 단계씩 높아질 때마다 X선은 10배 강력해진다. X등급의 폭발은 약 10억 개 원자폭탄의 위력에 비견될 정도다.
흑점이 폭발할 때 태양 표면에서는 코로나질량방출(CME)이 왕성해진다. 양성자, 중성자 등 입자들이 대거 방출되는 현상으로 주로 ‘태양 폭풍’이나 ‘태양풍’으로 표현된다. 지난 6월 8일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층인 코로나에서 마치 샤워기 헤드에서 분사되는 물줄기처럼 입자들이 방출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빠른 속도로 방출된 입자들은 보통 2~3일 뒤 지구를 덮치고, 고에너지 입자의 경우 불과 수 시간 만에 지구에 도달하기도 한다. 다행히 지구는 ‘방패막’인 자기장이 있어 지상까지 입자가 유입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자기장에 따라 입자들이 극지로 이동하면서 극지를 지나는 항공기가 방사선에 노출될 수 있다. 2017년 9월 X9.3 등급에 해당하는 태양 흑점 폭발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 항공기 100여 편이 북극항로를 우회해 비행하는 조치를 가하기도 했다.
폭발 과정에서 발생된 X선은 약 8분 만에 지구에 도달해 전리층을 뒤흔든다. 전리층은 전파를 반사해 무선통신을 돕는 영역인 만큼 전리층이 교란되면 통신, GPS 등에 혼란이 발생한다. X선이 진리층 두께를 변화시키면 인공위성의 신호 전달 시간에 영향을 미쳐 위치 계산에 오차가 생기기 때문이다.
영화 속 우리호처럼 우주 임무에 피해를 주기도 한다. 태양풍에 휩쓸리거나 대기권 통과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태양풍으로 인해 대기 온도가 올라가면서 대기 밀도가 증가하는데, 이를 통과해서 지나쳐야 하는 발사체에게는 위협이 되기도 한다. 2022년 스페이스X가 발사한 위성 49기 중 40기가 강력한 태양풍에 휩쓸려 궤도에 안착하지 못하고 지구 대기권에 떨어져 불타 없어진 사건도 있었다.
태양 활동은 약 11년 주기로 극소기와 극대기를 반복한다. 2020년경이 태양 활동이 가장 약한 극소기였고, 현재는 태양 활동이 거세지고 있는 시기다. 영화 속 배경인 2029년 역시 태양 활동이 거센 극대기에 속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는 지금 ‘문 러시’…왜 달인가?
1970년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아폴로 미션을 통해 달을 탐사했다. 그런데 세계 각 국이 10년 내 진행하겠다고 밝힌 달 탐사 미션은 100개가 넘는다. 아폴로 미션부터 50년이 넘게 흐른 지금 왜 다시 인류는 달로 향하는 걸까.
우선 달에 매장된 각종 자원의 가치 때문이다. 달에는 철, 티타늄 등 금속은 물론 희토류도 상당히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달 표면에는 운석이 쉽게 도달하고, 대기가 적어 풍화작용도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운석이 싣고온 희귀 원소가 보존되기 쉽다. 또한, 자기장으로 보호받는 지구와 달리 태양풍이 표면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핵융합 발전 원료로 쓸 수 있는 헬륨-3도 퇴적되고 있다. 단 1g으로 석탄 40t(톤)이 내는 에너지를 공해 없이 얻을 수 있는 헬륨-3은 달에 110만t이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1년 전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를 통해 달의 자원 분포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달은 심우주 탐사를 위한 기반이 되기도 한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더 먼 심우주로 나아갈 대형 우주선 발사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달은 중력이 약해 우주선 발사가 수월하다. 또한 미래 우주 탐사 과정에서 수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물도 상당량 저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월 27일 중국과학원(ACS) 연구팀은 달 표면에 있는 물은 최소 3억t에서 최대 2700억t에 달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중국의 달 탐사선 ‘창어 5호’가 지구로 가져온 달 토양 샘플에 담긴 작은 유리구슬을 분석한 결과, 이 구슬 안에 물이 함유되어 있음을 발견했다. 유리구슬은 달 표면 전체에 걸쳐 분포해 있으며, 100℃ 정도로 가열하면 비교적 쉽게 물을 추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태양 빛을 받지 못해 항상 그늘이 진 영구음영지대나 극지방의 얼음과 달리 달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우주인들이 더 쉽게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현실 반영한 흥미로운 설정들
영화 속 우리호 임무에 투입된 우주인들은 ‘Fly me to the moon’이라는 노래를 들으며 임무를 수행한다.실제로 과거 아폴로 10호와 아폴로 11호는 이 곡을 녹음한 테이프를 싣고 달로 떠났고, 당시 달 궤도선에는 이 곡이 흘러나왔다. Fly me to the moon이 미국의 달 탐사를 상징하는 노래라면, 한국의 달 탐사를 상징하는 노래는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다. 달 궤도선 다누리에 탑재된 우주 인터넷 탑재체는 지구에서 120만㎞ 이상 떨어진 먼 우주에서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등 데이터를 지상으로 전송했다.
또 영화에 등장하는 NASA의 유인 달 궤도선 ‘루나 게이트웨이’는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아르테미스는 아폴로 임무 이후 50년 만에 재개된 국제 유인 달 탐사 프로그램이다. NASA는 2030년께 ‘루나 게이트’로 명명된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달 남극 기지를 건설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권예슬 리포터 yskwon0417@gmail.com
[사이언스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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